교황의 마지막 길, 로마 시민과 함께 천천히 걷다
2025년 4월 26일,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엄수되었습니다. 전 세계인의 애도 속에 거행된 미사 이후, 교황의 마지막 여정인 운구 행렬이 이어졌습니다. 그런데 이 운구 행렬은 예상과 달리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다시 한번 그의 정신을 되새기게 했습니다.
장례 미사 후, 마지막 여정의 시작
장례 미사가 끝난 후,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목관을 실은 운구 차량은 성 베드로 광장을 출발하여 그의 마지막 안식처인 **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**으로 향했습니다. 바티칸에서 약 6km 떨어진 이 성당까지의 길은, 과거 교황들이 즉위 후 로마 주교좌에 착좌하러 갈 때 이용했던 역사적인 경로인 **'비아 파팔리스(Via Papalis, 교황의 길)'**의 일부를 포함합니다. 운구 차량은 베네치아 광장, 콜로세움 등 로마의 주요 유적지를 지나게 됩니다.
이례적인 '걷는 속도', 그 이유는?
그런데 이 운구 행렬은 일반적인 차량 속도가 아닌, **마치 사람이 걷는 듯한 매우 느린 속도**로 로마 시내를 이동했습니다. 전 세계 지도자들과 수많은 추기경, 주교들이 지켜보는 장엄한 장례 절차에서 이례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.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?
이는 장례 미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수많은 **로마 시민들과 순례자들이 거리에서나마 교황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고 그를 추모할 수 있도록 배려**한 것이었습니다. 차량이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, 로마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과 기도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.
'사람들과 함께': 마지막까지 이어진 철학
이러한 '느린 운구'는 단순히 교통 통제나 의전상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. 현지 언론들은 이것이 평생 **'사람들과 함께, 가까이 있겠다'**고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철학이 그의 마지막 길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.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소탈하게 다가가 소통하고, 특히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그의 삶의 방식이 마지막 작별의 순간까지 이어진 것입니다.
추모는 계속된다: 노벤디알레스
교황의 시신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후에도 추모는 계속됩니다. 가톨릭 교회는 교황 선종 후 9일간을 공식 애도 기간인 **'노벤디알레스'**로 지냅니다. 이 기간(5월 4일까지) 동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입니다. 또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교황 무덤은 4월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되어, 더 많은 사람이 그의 마지막 안식처를 찾아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.
로마 시민들과 함께 천천히 걸었던 교황의 마지막 여정. 그의 삶 전체를 보여주는 듯한 이 모습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을 것입니다.
주님,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. 🙏